Notepad/Books2008/08/03 01:40
대한민국의 기원 상세보기
이정식 지음 | 일조각 펴냄
50년간 북한연구에 종사해온 이정식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그동안 축적한 연구 자료와 1990년대에 발견된 스탈린의 1945년 9월 20일 지령, 슈티코프`레베데프의 비망록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와 미국·소련의 한반도정책, 그리고 그 정책이 북한과 남한의 정세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다. 또 해방 전후 남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민족 지도자 4인, 이승만, 김구, 김규식, 여운형의 정치적

우물안 개구리.

이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가슴에 깊이 선명하게 새겨지는 여섯글자이다.


제목은 대한민국의 기원 이지만,

내가 제목과 표지만 보고 예상했던 단순한 해방 전후 국내 사정 설명에 대한 책이 아니고..

이 책은 정말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기원을 찾아서 멀리는 아편전쟁까지 언급하고 있다.


책은 무려 처음 70페이지를 구한말의 국제정세를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구한말의 국내 사정이 아니라 국제정세이다.

이 첫 70페이지는 나같은 보통사람들이 구한말 조선의 멸망 과정을 보는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수 있을정도로 강력한 내용이다.


중고등학교에서 근현대 한국사를 배울때, 구한말에 대해서는 고작해야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 갑신정변, 갑오개혁,

신미양요, 제물포조약, 거문도사건,

러일전쟁, 을미사변, 을사늑약

이런 단편적인 사건들이 있었다 라고 배우는게 전부일 정도이다.


이 책과 비교했을때 이게 왜 문제가 되냐면, 바로 이렇게 교육을 받게되면 마치 이 제한적이고 단편적인 사건들이

바로 조선 멸망과 을사늑약 체결의 결정적 이유처럼 되버리는것처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열강들의 식민지 레이스와, 당시 국제 정세가 조선을 어쩔수 없는 격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저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조선 멸망은 거의 변하지 않고 일어났을 사실인데도 말이다.


구한말에 대해 주는 충격이 이렇게 큰데, 책의 본론인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주는 충격은 역시 못지 않다.


저자는 여태껏 해방 후 분단과 대한민국 건국의 과정이 모두 미국의 의도에 의해 결정된것처럼 비춰지는것에 대해

소련의 자료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며, 소련 연구를 하는 학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하며

저자의 오랜 소련 연구와 최근에 공개된 극소량의 문서로 비로소 한반도 분단의 과정과 38선 각 측에서

정부 수립의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정확히 밝혀질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기존에 내가 막연하게 알고있던 내용들을 완전히 뒤집어 버릴 정도의 내용들을 서술해놓았다.


또 보통 알고있는 이승만의 5.10 단독선거 주장과 김구, 김규식의 해방 후 움직임에 대해서도

냉정하고 또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당시 국제정세의 시각에 입각한 분석 역시 놀라웠다.

얄타회담과 모스크바 3상회의, 사실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했던 이런 중요한 이벤트에 대해서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

해방 후 38선 이북으로 소련군이, 38선 이남으로 미군이 진주하여

38선 이북엔 공산정권이, 이남엔 민주정부가 수립되었는데,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소련의 괴뢰 김일성은 소련제 전차를 앞세워 38선 전역에서 대대적인 남침을 강행하였다..


정도로만 알고있는것이 아마 우리의 현실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감정을 많이 느꼈다.


이 책에 대해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구, 김규식 같은 분들은 그래도 분명히 독립운동 과정에 있어서 임시정부라는 상징적인 기관의 수장들이었고

한국 민족의 정신적인 기둥들이었음이 분명한데, 이들의 노력이 별 성과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건국의 아버지라고 할수 있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를 너무 절하하는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난 왜 학교에서 지금 우리나라 대한민국 건국의 과정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지 모른다.

학계의 대결 때문인지, 혹은 건국 과정 자체가 말끔하지 못하고 그다지 자랑스러워할 만큼 찬란하지 못해서 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보면서 착찹한 마음을 묻어둘 수가 없었다.
Posted by MAG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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