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많이 쌀쌀한 날이었다.
친구와 둘이서 새마을호 타고 논산 내려가
역 광장에서 비양심 택시기사한테 걸려 십분도 안걸리는 거리를 만원을 넘게 내고 입소대 앞에 도착해서는
팔천원에 머리 빡빡깎고, 미어터지는 입소대앞 식당들에 밥먹는건 포기하고
새우깡 한봉지로 민간인 신분과의 이별 전 마지막 만찬을 즐기고
그렇게 정신없이 군에 입대한지 이제 오늘로 587일.
아직 몇달 더 복무해야 하지만
이제 2년간의 군생활을 정리해야할 시기가 하루하루 다가옴에
지난 2년간 내가 뭐했나.
이제껏 걸어온 587일 그 하루하루를 떠올려 보기도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 이런저런 생각 해보기 하고
마음을 정리하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
난
군대에서 얻어 나가는게 많다.
그리고
군대에서 잃은것 또한 많다.
얻어서 나가는 것들-
그중 여러가지는 나에겐 엄청난 자산이 될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잃어버려서 이제 영영 찾을수 없는것도 많아서
가끔 그것들을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저리는게
안타깝다.
남들처럼 짜투리 시간을 잘 활용해서 공부를 많이 한다던지 자격증을 딴다던지
이런 당장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는 사실 얻어 나가지 못한다.
뭐 솔직히 얘기하면 공부라는걸 워낙 너무 싫어하는데다가 자격증같은거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해서 그렇고..
정말 중요하게 얻어나가는건
앞으로 몇년간 내가 무엇때문에 무엇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어느정도 정리했다는 것이고
사람을 대하는 법
사람을 다루는 법
사람 무시하는법
사랑에 있어서의 자세
...
뭐 수도없이 많겠지만 주로 사람에 관한 것들이고
생각할 시간이 정말 많았기 때문에 머리속에 복잡했던 것들이 레고블럭 해적섬이나 5000피스 퍼즐 완성하는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정리할수 있었다는것. 크게 이렇게 두가지인것 같다.
잃어버린것들은..
다신 찾아오기 힘든 것들이지만
생각해보면
잃어버린것 그 자체 또한 얻은것인듯 하다.
1년반동안 라커 안에 쳐박혀있던 논산에서 입은 한국군 개구리 전투복 다시 꺼내 입을 준비를 언제 하루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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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풋하지만 뭔가 새로우며 알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