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이 또한번 돋보인 작품이다.
14만 4천명의 옥석을 가려 선발된 사람들이 멸망하는 지구를 뒤로하고 천년의 우주여행을 한다는...
"나한테는 말이오, 비밀이 하나 있어. 내가 그것 때문에 물질적인 성공을 거두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난 지금까지 정신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살아왔소."
"말씀해 보세요"
"방식은 다르겠지만, 나도 당신과 똑같은 면이 있소. 나에게 밤은 <관조>의 시간이오. 나는 항상 잠들기 직전에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지. 다음 날 깨어나면 해답을 얻으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오."
이브가 맥 나마라를 전과 다른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괜찮은 생각이네요. 자신의 수호천사에게 질문을 하는겁니까?"
"꼬마 악마일 수도 있고, 나의 무의식이나 신, 아니면 우주일 수도 있겠지. 어쨌든 나는 내가 알고 싶은 것을 분명하게 표현하고, 그러면 잠자는 동안 불안감이나 욕망, 감정의 동요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다오. 잠깐 동안이나마 자유로운 거요. 두려움조차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아."
맥 나마라가 별들을 향해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오늘 밤에는 잠들기 전에 어떤 질문을 하실 건지요?" 이브가 물었다.
"아직 모르겠소.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있소. 하루 일과를 꼼꼼히 되돌아 보는 것이지. 내가 잘못한 건 없는지 따져 보고, 머릿속에서나마 하루동안에 한 실수들을 바로잡으려고 애쓰지. 그러다 보면 질문이 떠오르는 거야."
"실수를 바로잡는다고 하셨습니까? 저녁이 되면 이미 너무 늦은것 아닌가요? 이미 엎질러진 물인데."
가브리엘이 수수께끼같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너무 늦은 때는 없는 법이오. <사후(事後)> 청소도 가능하지. 내가 당했거나 내가 내빝은 모욕적인 언사를 지워 버릴 수 있소. 선택적으로 실수를 지워 버리는 거야. 이미 있는 소리를 지우고 다른 소리를 덮어서 녹음하는 녹음기의 헤드처럼 말이오."
"생각이 시간이나 공간보다 훨씬 위력적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소, 난 그렇게 믿소."
생각이 시간이나 공간보다 훨씬 위력적이라고 주장하는 이 맥 나마라라는 사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의 모습의 일부가 아닐까.. 그의 문장력에도 역시 감탄을 금치 않을수 없다.
14만 4천명이 탈출을 시도하려는 자와 그들을 시기하는 지구인들,
우주선에 올라탄 이들이 떠나기까지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모두의 모습은
우리 인류에게 보내는 따끔한 일침이다.
"밤에 자기 전에 자신의 수호천사에게 질문을 하면 다음 날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가브리엘 한테 들었어요."
이브는 맥 나마라가 자신과 똑같은 주제로 엘리자베트와도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의아했다.
"그래서 잠들기 전에 질문을 했더니 아침에 답이 왔더군요."
"무슨 질문이었소?"
그녀는 못 들은 척하며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밤마다, 잠들기 직전에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다시 돌아보며 지우고, 다시 프로그래밍을 하고, 매듭을 풀 수 있다고 가브리엘이 말해 줬어요. 어제 저녁에 난 과거로 되돌아가 매듭을 하나 풀었어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소. 엎질러진 물이지. 깨진 꽃병을 다시 붙일 수는 없는 법이오."
"그거야 모르죠. 생각의 위력은 끝이 없는걸요. 날 봐요, 난 두 다리를 다시 쓸 수 있게 되었어요. 이게 물질에 대한 정신의 승리가 아니고 뭐겠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자 그녀는 목발 없이도 걸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당당하게 몇 걸음을 떼고 나더니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이브는 맥 나마라가 자신과 똑같은 주제로 엘리자베트와도 이야기를 나눈다는 사실이 의아했겠지만
또 그날 밤 잠들기 전에 질문을 던져서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는 그에 대한 답을 얻었으리라.
맥 나마라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아주 사려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지나 최대한 폭력성이 배재된 사람들로 선별된 파피용의 탑승자들의 자손에게서
지구를 멸망케 한 인간의 본성이 나타나고, 우주선 안은 한 세대 걸러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 계속 일어난다.
천년의 항해의 끝을 향해 치달아가는 이들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것인가..
그는 홧김에 <새로운 행성 : 사용법> 을 집어 창문 밖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나무 밑으로 책을 주우러 갔다.
그저 호기심에서, 어느 페이지가 펼쳐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기분 상태와 조언> 이라는 장이 눈에 들어왔다.
궁금한게 있으면 잠들기 직전에 큰 소리로 말을 하면 된다고, 그러면 아침이면 답이 나와 있을 것이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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