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한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다.
꽤 긴 시간이었다.
그 몇년의 시간 -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은
많은 기쁨이 있는 시간이었고
많은 아픔이 있는 시간이었다.
벅차오르는 가슴에 숨을 몰아쉬며 밤잠을 설친 시간도 많았고
동트는 아침, 떠오르는 태양의 강렬하고 부드러운 빛에 도취한 순간도 많았다.
땅에 발을 딛고 숨을 쉬고, 젖먹던 힘 다해 달리면 힘찬 북소리같은 심장박동을 느낄수 있는건 대단한 행복이었다.
살아있는것은 너무나도 큰 축복이었고, 그런만큼 죽음의 의미도 숭고했다.
그 시간의 중간엔 나름 꿈같은 사랑에 빠져보기도 했고
그 꿈에서 깨어나 한참동안 정신을 못차리기도 했다.
이제 이 시대를 끝내면서
나란 인간이 얼마나 치사하고 비열한지 다시금 깨닫는다.
이 긴 시간동안
가슴이 터질듯한 기쁨도, 온몸이 타들어가는듯한 고통도 경험했고
그만큼 한단계 성장한 나지만
이제 오늘 끝없이 지저분한 내 모습을 확인한 이순간
난 오늘 또 그 더러움만큼 다시 성장했다.
아직 잘 모르겠다.
순수하고 간절한 소망이 어떤 과정을 거쳐 그렇게 복잡하게 풀기어려운 문제가 되버렸는지.
어쩌다가 이렇게
거창하게 이시대를 끝내노마 하는것이-
-사실은 모든걸 다 무책임하게 찢어버리고 도망치듯 떠나버리는게- 내안의 유일한 해결방안이 되었는지
어쩌다가 이런 치사한 방법을 쓸수밖에 없게됐는지
수많은 거짓말과 끝없는 위선도 마다하지 않았음에도 결국 결과가 이것밖엔 되지 않는건지
대체 왜 이런건지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아마 상투적인 표현으로 -이게 인생이다- 라고 한마디 해주면 이 모든 일들에 대한 답이 되고
오늘 이 거창한 한 시대의 끝.
과는 아무상관 없이 또 내일도 난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세상에 던져져서 아무렇지 않게
하루하루 살수밖에 없게 되는 작은 인간일 뿐이고
이런, 한편으로 너무 부당하고 나같이 조그만 인간에게 아무 신경 써주지 않는 세상이 야속할뿐
사실 달라지는것도 없지않는가.
이게 인생이다 가 답이되고. 세상이 야속해서 한숨이 나올뿐.
아무것도 달라지는것이 없다.
모든걸 무책임하게 찢어버리고 도망쳐도
여전히 소주 한모금은 나에게 너무나도 쓰고
만원짜리 몇장 뿌리고 나면 우울한 기분이 조금은 나아지는
한심한 나는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바뀌는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난 큰맘먹고 큰 아픔을 감수하고
남들이 겪을 아픔까지 치사하게 무시해가면서
이 시대를 끝낸다.
이제 좀 지치기에.
좀 비열하고 치사하고 무책임하지만
이렇게 끝내버리련다.
아픈 시간이 끝나면 오늘을 돌아보고 미소짓는 날이 반드시 오리라..
그리고 결국 언젠가는 이날이 기억도 나지 않으리라.
-The End of an 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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